여름엔 짜릿한 올해의 추리소설 10권 추천!!
여름엔 짜릿한 추리소설 10권 추천 !!
더위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군요... ㅠㅠ
다시 힘을 내서 좋은 정보를 공유할께요 ^^ 오늘은 더운 여름날에 서늘하게 만들 추리소설 추천!!
왠지 등이 써늘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추리소설은 당연 으뜸입니다.
추리소설은 크게 "누가 범인일까?" vs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을까?" vs "무슨 이유로?" 세가지 관점으로
나누어지는데.. 요즘은 "누가 범인일까?" 추리하는 것보다 "어떤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을까?" 를 추리하는 소설류가 강세더라구요. ^^
저도 예전엔 「소년탐정 김전일」처럼 범인추리소설이 좋았지만 요즘은 「용의자 X의 헌신」처럼 범행추리소설이 좋답니다. 「악의」 또한 세가지 관점을 다 포함하지만 동기추리에 관점을 두고 있죠.
여러분은 어떤 추리 타입을 좋아하시나요? ^^
소개하는 추리소설들은 얼마전 한겨레신문에서 아래 추리소설 전문가들에게 올해 출간된 추리소설 중에서추천받은 작품입니다. <전문인: 윤영천 하우미스터리 운영자,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박현주 번역가, 임지호 북스피어 편집장, 구본준 한겨레 대중문화팀장> 출처 : 한겨레 신문
유다의 창
임경아 옮김 2010년 02월 로크미디어 펴냄
사랑에 빠진 젊은이 제임스 캐플런 앤스웰. 결혼 승낙을 받고자 예비 장인의 집에 들른다. 하지만 왠지 분위기가 심상찮다. 건네준 위스키를 넙죽 받아 마신 앤스웰은 곧 정신을 잃고 만다. 깨어난 그 앞에 놓인 건 다름 아닌 예비 장인의 시체. 그의 심장을 꿰뚫고 있는 화살에는 앤스웰의 선명한 지문이 남겨져 있었다. 문과 창은 안에서 굳게 잠긴 상태, 완벽한 밀실에서 일어난 불가능한 살인이었다. 밀실의 대가로 불리는 존 딕슨 카. <유다의 창>(1938년)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이다. 탐정 역의 헨리 메리베일 경이 피고 앤스웰의 무죄를 증명하는 구성이어서,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흥미진진한 법정소설로도 읽히는 작품.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유다의 창. 그 너머에 존재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출처: 반디앤루니스]
책 이야기
친절하고 호감 가는 성격의 부유한 청년 제임스 캐플런 앤스웰은 미래의 장인 에이버리 흄의 초대를 받아 약혼녀의 집을 방문한다. 환대 같지 않은 환대에 묘한 기분을 느끼던 그는 예비 장인이 권한 위스키를 마시고 정신을 잃는데, 깨어나 보니 심장에 화살이 박힌 채 시체로 변한 장인과 단둘이 방 안에 남겨져 있다. 창도 문도 안에서 잠긴 밀실, 두 사람의 몸에 남은 격투의 흔적, 무엇보다도 살인 흉기에 뚜렷하게 찍힌 그의 지문은 앤스웰을 피할 수 없는 유죄 판결의 심판대에 서게 하는데…….
왕실 고문 변호사직을 수락하고 피고의 변호인으로 나선 헨리 메리베일 경.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법정에서 펼쳐지는 검찰 측과의 치열한 공방전. 화려하고 능수능란한 메리베일 경의 법정 플레이 끝에 극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과 범인의 진면목은……. [더보러 가기]
명탐정의 규칙
이혁재 옮김 2010년 4월 재인 펴냄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히가시노 게이고를 들 수 있다. 50여권에 이르는 그의 전작이 모조리 소개될 기세로 끊임없는 구애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1996년에 출간된 <명탐정의 규칙>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분기점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그는 상업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대중작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명탐정의 규칙>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작가의 눈물겨운 자학이자 진지한 성찰이라고 볼 수 있다. 각 단편의 제목은 추리소설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클리셰로 이뤄져 있으며, 너무나도 전형적인 명탐정과 경찰이 등장해 텍스트 안팎을 오간다. 신나는 조롱과 신랄한 유머 감각 그리고 단편추리소설로서의 완결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출처: 반디앤루니스]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추리 소설의 세계에서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다양한 약속이 존재한다. 주인공으로 늘 등장하는 똑똑한 사립 탐정과 멍청한 경찰의 존재, 고립된 무대, 알리바이 트릭, 죽어가는 순간에 남기는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 등등. 독자들은 추리 소설을 읽다가 이런 설정이 등장하면 '음, 그거군..'이라고 생각하며 그 설정이 아무리 부자연스럽더라도 모른 척 눈감고 넘어간다. 추리 소설 팬들에게 이 부분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없듯, 언급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인 것이다.
이러한 금기를 일류 추리 소설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낱낱이 까발리고 나섰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 『명탐정의 규칙』. 1996년에 처음 출간돼 추리 소설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 도발적인 소설은 추리 소설 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환영을 받으며 98만 5천 부의 판매고를 올린 스테디셀러이다. 1997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주간 문예춘추 선정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 10]에 선정되었으며, 2009년에는 TV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져 일본 [TV 아사히]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더보러 가기]
가다라의 돼지
한희선 옮김 2010년 4월 북스피어 펴냄
<가다라의 돼지>를 보는 순간, 압도당할 것이다. 일단은 내용이 아니라 외양에서. 759쪽의 양장인 <가다라의 돼지>는, 대주술사 바키리가 쓰는 주술도구라고 해도 믿을 만큼 묵직하고 괴이하다. <가다라의 돼지>의 무대는 아프리카 케냐. 여전히 저주가 존재한다고 믿는, 아니 실재하는 곳. 그곳에서 딸을 잃었던 민족학 교수 오우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초능력 청년, 소림사 무술을 배운 제자 등과 함께 돌아온다. 그리고 사악한 대주술사 바키리와 맞서게 된다. 저주가 무슨 미스터리냐고 힐난할 수도 있겠지만, 저주와 초능력과 심리학과 오컬트 등을 한껏 버무린 <가다라의 돼지>를 읽다 보면 그런의문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호러, 코미디, 모험소설, [출처: 반디앤루니스]
가족드라마, 사소설 등을 종횡무진 섭렵하며 내달리는 <가다라의 돼지>
는 미스터리의 영역을 저 멀리 지평선 끝까지 확장시킨다.
책 이야기
한때 아프리카의 주술에 대한 연구로 큰 업적을 쌓았던 민족학 교수 오우베 다이치로.
그러나 팔 년 전 케냐에서 사고로 딸 시오리를 잃은 후부터 그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모든 연구를 중단했다. 시답잖은 오컬트 방송에 출연하며 조사대를 위한 예산을 모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이쓰미가 신흥 사이비 종교에 빠진다. 오우베는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초능력 사냥꾼’ 미러클과 연구실 조수 도만의 도움을 받아 사이비 종교가 보여 주는 ‘기적’의 속임수를 파헤친다. 그 일을 계기로 오우베와 이쓰미, 그리고 아들 오사무는 방송국에서 주관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위해, 시오리를 잃었던 땅-아프리카로 다시 향하게 된다.
주술의 나라 케냐, 목적지는 마을 주민 전원이 주술사인 마을 ‘쿠미나타투’.
스와힐리어로 불길한 숫자 ‘13’ 이라는 의미의 마을 이름, 초능력 청년 기요카와의 예지몽, 주술사 오푸루의 섬뜩한 예언을 무시하며 목적지에 도착한 오우베 일행. 그곳에서 일행은 다른 주술사들이 이름을 입에 담기조차 꺼리는 사악한 대주술사 바키리를 만난다. 그의 강력한 주술 도구 ‘바나나 키시투’에 의문을 가진 도만은 한밤중에 바키리의 오두막에 숨어들어 가 정체를 확인하고 키시투를 훔쳐 온다. 분노한 바키리는 자신의 키시투를 훔쳐 간 오우베 일행에게 저주를 내린다. 피의 저주는 괴이한 죽음을 부르고, 마침내 일행은 물 한 모금 없이 케냐의 사막에서 쫓기는 신세에 놓이게 된다. [더보러 가기]
내 어둠의 근원
이원열 옮김 2010년 5월 시작 펴냄
〈LA 콘피덴셜〉 <블랙 달리아>의 작가 제임스 엘로이. 그는 왜 범죄소설을, 그것도 어둡고 관능적인 ‘일급 살인’의 판타지에 몰두하게 된 것일까? 논픽션 <내 어둠의 근원>은 제임스 엘로이가 왜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그의 심연에 무엇이 들끓고 있었는지,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폭력적으로 웅변한다. 1958년 그가 열살이었을 때, 엄마인 진 엘로이가 살해당했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내 어둠의 근원>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파괴적으로 치달았던 엘로이의 지독한 성장의 기록이다. 술, 마약, 노출증과 스토킹, 사소한 범죄와 구치소 생활 등 ‘백인 쓰레기’처럼 살았던 엘로이는 서른이 넘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비극적 실화에 투영하여 재구성 [출처: 반디앤루니스]
한 <블랙 달리아>로 명성을 얻었다. ‘나는 어머니를 증오했고 어머니를 욕망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죽어버렸다.’ 진짜 어둠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왜
우리가 범죄물에 매혹되는지 알고 싶다면 반드시 봐야 할 책.
책 이야기
범죄와 비리, 탐욕과 성적 충동을 소설 속에 성공적으로 담아 미국이라는 나라의 원죄를 해부하는 특출한 작가로 평가받는 영화 〈LA 컨피덴셜〉의 원작소설 작가 제임스 엘로이. 이 책은 그의 어린 시절 사건을 기록한 논픽션으로, 열 살 때 강간살해 당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출간 즉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작가는 베테랑 강력계 형사와 팀을 이뤄 당시 수사기록을 모두 공개하며 오늘날 자신을 탄생시킨 어둠의 근원을 파헤쳐간다.
1958년, 진 엘로이는 LA 교외 지역에서 살해당해 길가에 버려진 시체로 발견되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으며, 경찰은 진 엘로이를 방탕한 토요일 밤의 희생자로 치부하고 넘어갔다. 그렇게 어머니가 죽었을 때 제임스 엘로이는 열 살이었다. 그 뒤로 작가는 36년간 어머니의 유령을 피해 달아나며 범죄소설을 써서 기억을 지우려 했다. 1994년, 엘로이는 더 이상 달아나지 않기로 하고 다시 LA로 돌아갔다. 이 책은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한 작업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한 시도이다. [더보러 가기]
얼간이
이규원 옮김 2010년 5월 북스피어 펴냄
추리소설 작가로서 미야베 미유키의 장점은 르포작가처럼 성실한 태도이다. 에도 시대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시리즈에 속하는 <얼간이>는 에도 시대의 풍속을 꼼꼼하게 묘사한다. 첫머리를 읽을 때는 뎃핀 나가야라는 주상복합형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슬프고도 정다운 사연을 다룬 옴니버스 구성인가 싶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하나의 수수께끼로 모아지는 과정도 흥미롭다. 그래도 작가로서 미야베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을 향한 이해이다. 인간은 어리석어서 가끔 악행을 저지르지만 언제나처럼 작가는 섣불리 비판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제목에 나온 얼간이는 과연 누구인지 묻는다. 사람 좋은 무사 헤이시로인지, 자신의 행동 [출처: 반디앤루니스]
도 돌아보지 못하는 악인들인지. 혹은 마음속 어둠을 못 보는 우리일지.
책 이야기
일본 최고의 대중작가로 손꼽히는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은 사건이 일어나고 주인공이 그 전모를 파헤쳐 가는 구성이 매우 탄탄한 미스터리로, 독특한 구조의 연작 소설이다. 초반에 일어나는 몇 가지 사건은 독립적이고 서로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모든 사건 뒤에 하나의 계략이 있었음이 드러나게 된다. 연작이라고는 하나 결국은 한 편의 장편소설인 것이다.
인간미 넘치고 조금은 바보처럼 살아가는 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에도 시대의 혼조 후카가와. 이곳에서 한 청년이 괴한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를 계기로 공동체를 관리하는 관리인 규베가 야반도주해 버리고, 사키치라는 젊은 청년이 새로운 관리인으로 들어온다. 사키치는 성실하게 관리인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수상한 항아리 신앙이니 노름패니 하는 이상한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기 시작하는데…….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벌어지는 음모에 얽힌 미스터리는 물론, 공동체를 중심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따뜻함까지도 모두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소소하고 평범하기에 더더욱 우리네 삶처럼 친근감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더보러 가기]
소수의견
소설의 앞머리에 이 책의 사건은 실화가 아니고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아현동 뉴타운 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재판을 다룬 이 소설은 어떤 실제 사건과 딱 겹쳐지기 때문에 이 일러두기는 역설적으로 들린다. 아들을 구타해서 죽인 경찰을 살해한 아버지를 변호하는 늦깎이 변호사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선 확인할 길 없는 진실을 드러낸다는 면에서 철저히 허구이다. 추리적 요소가 강하지는 않지만 이 소설을 고른 이유는 당대에 대한 고민이 있는 한국 추리소설을 더 많이 보고 싶다는 형식적인 동기에서이다. 하지만 소설을 당위로만 읽는 사람은 없다. 법률 용어의 홍수를 맞으며, 몇몇 도식적인 설정을 징검다리처럼 넘으면 이 소설은 법정 스릴러로서 충분히 제구실을 한다. [출처: 반디앤루니스]
책 이야기
2009년 1월, 용산의 한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경찰, 용역직원 간의 충돌로 발생한 화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손아람 작가의 신작 『소수의견』은 2009년 용산참사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용산참사와 동일한 과정에서 망루에서 저항하던 16세 철거민 소년과 진압 중이던 20대 초반의 전경이 목숨을 잃는다. 소년의 아버지 박재호는 아들의 구타 장면을 목격하고 우발적으로 전경을 살해하고,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다. 하지만 그는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구타당하고 있는 아들을 구하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소설의 모태가 된 ‘용산 참사’에 상상력을 보탠다. 실제로 참사 이후 철거민 유족들과 국가 간의 법적 공방은 1년여 동안 지난한 과정을 거쳐 중간에 합의를 보게 되었지만, 『소수의견』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를 그린다. 이 작품은 한 세기가 지나도록 여전히 미해결로 남은 ‘낙원구 행복동’의 실상과 각종 법규로 업그레이드된 국가 권력의 실체, 그리고 개인과 조직(국가)의 허구적인 관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를 사용하여 인간성과 진정성이 사라진 세상과 ‘공평과 정의’라는 단어로 포장된 법체계의 허상을 고발한다. [더보러 가기]
「얼간이」, 「소수의견」 은 박현주 번역가 추천한 추리소설입니다.
마크스의 산
정다유 옮김 2010년 3월 손안의 책 펴냄
이 소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단단하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다카무라 가오루는 다양한 미스터리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독특한 색깔을 자랑하는 작가다. 도쿄 경시청 수사 1과 7계의 사건 추적 기록을 담은 <마크스의 산>은, 표면상으로 경찰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건의 해결보다는 사건에 얽힌 인물과 그들의 사연에 더욱 집착한다. 지나치는 한 사람 한 사람조차 이야기에 꼭 필요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인물의 성격과 심리, 경찰이라는 조직의 생리와 수사 과정의 갈등, 사건의 시작과 끝에서 다카무라 가오루는 건조하지만 치밀한 문체로 이야기를 쌓아올린다. 미스터리를 통틀어, 아니 다른 모든 문학 작품과 비교하더라도 이러한 경험은 다시 하기 힘들다. 쉽사리 읽히지도 않고 어쩌면 고통스럽기까지 한 독서경험이지만 기회를 놓 [출처: 반디앤루니스]
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할 작품이다.
책 이야기
다카무라 가오루를 일약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등극시킨 장편소설로, 1993년 발표 후 1년 동안 32쇄가 판매될 정도로 일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경찰 소설의 탄생'이라는 평가와 함께 다카무라 가오루에게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나오키 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이후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쇼와 51년(1976) 가을, 험준한 미나미알프스에서 한 등산객이 토목건설회사의 인부에게 살해된다. 비슷한 시기, 근처에서는 한 가족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자살을 시도한다. 차에서 탈출한 아이는 칠흑 같은 어둠과 쏟아지는 눈 속에서 극적으로 구조된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헤이세이 4년(1992) 10월 1일, 3년 동안 광기를 충전시킨 청년이 형무소에서 출소한다. 그리고 며칠 후, 노상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현장에 도착한 도쿄 경시청 수사1과의 고다 경부보가 수사를 시작한다.
『마크스의 산』은 여느 미스터리와는 다른 파격적인 구성과 빼어난 서사가 특징이다. 소설에는 완벽한 범행의 시나리오나, 범인과 그의 뒤를 쫓는 인물들 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 허를 찌르는 반전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미나미알프스에서 발생한 세 건의 살인사건과 16년 후 도쿄에서 벌어진 연속 살인사건을 치밀한 구성을 통해 무리 없이 연결함으로써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경찰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검찰과 법무성의 간섭, 그리고 그들과 현장 경찰 사이에 발생하는 대립 등을 사실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하여 몰입을 돕는다. 『마크스의 산』은 이처럼 인간과 조직, 인간과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미스터리' 와 '살인'이라는 소재를 통해 날카롭게 파헤친다. [더보러 가기]
뉴욕을 털어라
이원열 옮김 2010년 5월 시작 펴냄
미스터리 가운데서도 범죄를 가볍고 경쾌하게 다루는 ‘케이퍼 소설’이라는 장르의 이 소설은 왁자지껄 대소동이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걸작 미스터리다.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들 속에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들은 마치 입담 좋은 개그맨의 스탠딩 코미디를 보는 것만큼이나 즐겁다. 짧은 사건들이 빠른 템포로 벌어졌다가 마무리되기를 여러 번, 그러면서도 장편으로서의 일관성을 잃지 않아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간다. 대단한 반전이나 깜짝 놀랄 마무리는 없지만 연이어 벌어지는 상황에 맞닥뜨린 인물들이 보여 주는 모습에서 보이는 작가의 유머 감각은 한 번 올라간 입꼬리를 내려오게 할 줄 모른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악당들이라니! [출처: 반디앤루니스]
책 이야기
미스터리 작가 최고 영예인 그랜드마스터 칭호를 수여받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대표작. ‘만약 절도 전문가가 실패를 거듭하여 같은 물건을 네댓 번 훔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이 작품은 뉴욕을 배경으로 에메랄드를 훔치기 위해 범행을 계속해나가는 도트문더와 그 일당들의 이야기를 재치 넘치고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미국에서 전시 중인 에메랄드를 훔치기 위해 이제 막 출옥한 절도 전문가 존 도트문더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모은다. 며칠 밤낮을 새워가며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완벽에 가까운 절도 계획을 세우지만, 언제나 머피의 법칙이 따라다니는 이들이 하는 일은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들. 작가는 발칙하고 대담한 악당들이 펼치는 에메랄드 훔치기 대작전을 코믹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보러 가기]
「마크스의 산」, 「뉴욕을 털어라」 은 임지호 북스피어 편집장 추천한 추리소설 입니다.
속죄
김미령 옮김 2010년 1월 북홀릭 펴냄
다른 소설보다 추리소설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 가운데 하나가 ‘서술의 묘미’다. 서술 방식을 새롭게 하거나 비트는 데에서 허를 찌르는 트릭과 반전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속죄>는 이런 서술 방식의 재미가 일품인 작품이다. <속죄>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편지로 이뤄져 있다. 오래전 친구가 참변을 당하는 범죄 장면을 목격한 네 친구들이 쓴 편지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사건의 놀라운 진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나온 <우행록>도 범죄 사건 관계자들의 인터뷰만으로 구성한 점에서 비슷한 구조인데, 짜임새와 재미 면에서 <속죄>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형식과 내용 모두 상큼(?)한 소설이다. [출처: 반디앤루니스]
책 이야기
데뷔작 『고백』으로 2009년 일본 서점대상 1위에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은 미나토 카나에의 또다른 충격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여자 초등학생 살해 사건을 둘러싸고 그 사건을 직접 목격한 네 명의 소녀들의 계속되는 비극을 그렸다. 죽은 소녀의 친구이자 사체의 첫 발견자인 네 명의 소녀들은 범인을 직접 봤음에도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해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만다.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후, 네 명의 소녀들을 의심하기 시작한 죽은 소녀의 엄마는 중학생이 된 네 아이들에게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던지 '속죄'하지 않으면 복수를 하겠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어른으로 성장한 네 명의 아이들이 트라우마로 말미암아 비극적으로 치달은 각자의 인생을 마치 독자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듯이 진행된다. 작가 특유의 독백 형식 문체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깊이 있게 해준다. 연쇄적인 비극 속에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면서 긴장감은 극도에 달하고, 사건의 진상은 대담하고 충격적으로 전개된다. 계속되는 비극 속에서 '죄'와 '속죄'의 의미를 묻는 이 작품을 통해 미나토 카나에의 치밀한 이야기 전개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더보러 가기]
더미
모처럼 나온 괜찮은 국산 과학스릴러다. 살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속에 담긴 무서운 진실 이야기가 여름철 서늘함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 디자인이 좀 ‘키치적’이란 점이 망설이게 할 수도 있지만 빠른 이야기 전개와 깔끔한 묘사가 계속 책장을 넘기게 한다. 이 책이 뛰어난 점은 과학적 사실을 ‘맛깔나게’ 쓴다는 데 있다. 단백질, 바이러스, 각종 화학물질이 어떤 경제적 목적에 의해 개발되어 우리를 병들게 하는지 실감나게 보여준다. 한국인 과학자가 가축을 살찌우는 신물질을 개발해 떼돈을 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물질이 조미료로 더 각광받게 된다. 인체에 치명적이 될 수 있는 문제여서 과학자는 갈등에 빠지고 결국 자기가 만든 물질을 쓰지 못하게 하는 연구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먹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과학과 인간, 욕망과 자본의 본질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출처: 반디앤루니스]
책 이야기
‘뚱뚱하고 맛있는 고기’를 위해 개발된 가축 사료용 신물질 레인보 아미노산이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기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비만 바이러스에 탐닉하는 인류. 거리를 메운 비만 인파. 레인보 아미노산 개발자인 ‘나’는 예상외의 사태에 경악하지만, 맛을 위한 맹목적인 연구는 정체불명의 ‘고기’ 더미Dummy를 탄생시키는데…….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비대해지는가!
“가축 사료를 인간에게 먹일 수는 없어! 레인보 아미노산은 에이즈나 암보다 치명적인 비만 바이러스라고!”
“다들 원해서 선택한 거야. 사람들을 봐, 모두 행복해하고 있잖아?” [더보러 가기]
「속죄」, 「더미」 는 구본준 한겨레 대중문화팀장 추천한 추리소설입니다.